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는 사업에 건설사들의 현장 로봇 적용 기술력을 평가하는 ‘스마트 건설기술 적용 평가배점(최대 10점)’을 신설한다. 평가배점이 적용될 경우 그동안 건설 로봇 기술 개발에 선도 투자를 해 온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 현대건설 등 특정 건설사들이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전망이다.
건설현장에 로봇 기술 적용을 진두지휘할 ‘스마트 건설기술처’를 신설한 후 스마트 건설기술 적용에 대한 평가지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로보틱스 등 스마트 건설기술 적용에 대한 계량평가 배점을 신설(의무적용) 또는 가점 부여해 건설사들의 자발적 기술 적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현재에도 턴키(일괄입찰) 방식에는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 적정성에 대한 심사점수 7점 이상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배점 신설 이후 공동주택 턴키 발주 사례가 없다 보니,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에 대한 심사가 전무해 배점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이는 국가철도공단과 한국도로공사 등 다른 주요 발주처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LH는 우선 민간참여사업에 스마트 건설기술을 의무 적용할 수 있도록 평가배점 신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LH가 내부적으로 잠정 결정한 배점은 ‘로보틱스 기술 적용 사업비’ 가점항목을 신설해, 총공사비의 3% 이상을 적용할 경우 10점, 2% 이상은 7점, 1% 이상은 5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입찰에서, 최고 10점의 배점이 신설되면 사실상 공사에 로보틱스 기술 적용 적용의 적극성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될 수 있다.
LH 관계자는 “민간협력사업단과 평가기준 및 배점 제도 운영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했고, 내년 1월 스마트 건설기술처가 신설된 후 신설된 배점 제도를 적용할 민간참여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추후 시공책임형 CM(CMR)과 종합심사평가제 등에도 입찰 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LH는 민간과 협업을 통해 주택 품질을 높여나가겠다는 정부 기조에 따라 민간사업협력단을 꾸리고, 올해에만 약 1만2000가구를 민간참여사업으로 발주했다. LH는 앞으로 5년 동안 약 9만 가구를 민간참여형 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인데 그 연장선상에 시공책임형 CM 사업 등도 포함되어 있다. 신설된 건설 로봇 배점 적용 범위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 최대 10점 건설로봇 배점...업계 파장은?
현재 건설업계에서 로보틱스 분야에 선도 투자를 해 온 건설사들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일단 건설현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개발 실적을 보유한 건설사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현대건설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로보블럭시스템과 공동 개발을 통해 AI 미장 로봇을 개발했다. 해당 로봇은 스마트팩토리나 대형 물류창고에 이미 적용됐고,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하자 예방 및 층간소음 완화에도 큰 도움을 줄 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외 현대엔지니어링은 외벽도장 로봇도 개발해, 도장 작업 속도를 32배 이상 끌어올렸다.
삼성물산은 고소작업대 상부에 내화재 분사용 로봇팔을 적용한 내화 뿜칠 로봇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이다. 로봇팔은 하부 원료 혼합기와 저장설비가 일체화되어 있고 이동식 플랫폼을 적용해 현장 어디서나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삼성물산이 평택 반도체 건설현장에 적용한 플로어 로봇은 로봇팔을 이용해 이중 바닥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이미 건설업계에 한차례 신선한 충격을 줬던 바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건설로봇 전담조직과 인프라를 구성하여 로봇팔 활용, 4족 보행로봇 SPOT 운영, 3D프린팅, 해상공사용 수중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건설로봇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 건설사 다케나카와 건설로봇 개발 협업을 하는 등 건설로봇 혁신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GS건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큐픽스’도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팟에 라이다(LIDAR) 장비와 360도 카메라 등 다양한 첨단장비를 설치해 건설현장 안전관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로봇 스팟 ‘컨워스’는 현장의 시계열적 형상 정보를 저장한 후 시각화 및 분석 기능이 탁월한 무인 자동화 현장용 데이터 플랫폼으로 꼽힌다.
물론 중소 로봇 개발사들이 이미 개발해 놓은 로봇을 현장에 적용하는 방식으로도 배점 확보는 가능하다.
하지만 중소 개발사들과 다년간 협업을 통해 자체 사업현장에서 데이터를 쌓아 왔던 건설사와는 로봇 적용 콘트롤 능력에서 확연히 차이 날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로봇개발 담당자는 “단순 현장 관리용으로만 로봇을 사용할 거면 큰 문제가 없는데, 시공 작업에 로봇을 도입하려면 시행 착오가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LH가 배점 신설과 함께 사업지 별로 공종별 특화 로봇을 지정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공동개발 경험이 없는 건설사는 수행 오차가 커지기 때문에 오히려 사업 수주가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출처: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