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버넥트 본사에서 하태진 대표가 산업용 XR(확장현실)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하 대표는“중앙 통제실과 현장을 잇는 XR 기술을 활용하면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근로자는 스마트 글라스에 뜨는 AR(증강 현실) 정보로 작업 순서와 주의 사항을 알 수 있어요. 중앙 통제실 관리자는 근로자가 보는 걸 똑같이 보면서 VR(가상현실)로 구현된 작업 현장 전체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버넥트 본사에서 만난 하태진 대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산업용 XR(확장 현실)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프로그램을 가동하자 중앙통제실 모니터에 VR로 구현한 본사 건물과 3D(3차원) 도면이 보였다. 화면 한편엔 멀리 떨어진 작업 현장이 나타났다. 직원이 끼고 있는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중앙 통제실에 현장 상황이 생중계되는 것이다. 하 대표는 “이렇게 VR과 AR을 망라한 XR 기술을 활용하면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2016년 설립된 버넥트는 최첨단 확장 현실 기술을 플랜트, 석유화학, 발전소, 변전소 등 주요 산업 현장에 접목시켜 안전 예방 설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하 대표는 “이전에는 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근로자가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무전기로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며 “숙련공 경험에만 의존해야 했던 영역에 XR을 도입해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한 게 우리 설루션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작업 현장과 똑같은 모습을 XR로 구축해 미리 안전교육과 작업 시연도 해볼 수도 있다.
하 대표는 특히 인프라 산업 분야에 XR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보안 기능도 강화했다. 이런 강점 덕분에 삼성과 LG 등 39개 대기업과 한국전력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27개 공기업이 버넥트 설루션을 도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로나로 해외 출장이 어렵게 되자 버넥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폴란드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작업을 지시하기도 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까지 처벌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엔 많은 기업에서 프로그램 도입 문의가 쏟아진다고 한다. 하 대표는 “사고를 최소화하는 게 최대 목표지만, 불가피하게 사고가 나면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빠르게 피해를 수습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기술력과 활용도를 인정받은 덕분에 버넥트는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으며 올해 초 3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KDB산업은행 등 기존 투자자 외에 롯데벤처스, 스틱벤처스 등이 합류했고 한화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2020년 20억원대인 회사 매출은 작년 46억원으로 뛰었다. 하 대표는 “산업안전 설루션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고객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버넥트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기반으로 한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 대표는 “미국·유럽 지사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라며 “우리의 산업안전 XR 기술이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도 널리 사용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최연진 기자
출처:조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