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1-05-13 05:00:11
가상세계에 건축물을 구현하는 ‘가상 건축’의 활용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 공간ㆍ건축 정보를 바탕으로 현실과 똑같은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과 현실에 가상세계를 접목한 ‘메타버스’ 등에 민ㆍ관 모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간 건축분야에서 가상현실의 역할은 실제 건축물을 보조하는 데 그쳤다. 시공 전에 건축물의 모습을 예측하거나, 현장 실습이 어려운 안전 교육 등에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속하며 이동과 접촉 등이 크게 제한되자, 가상 건축으로 실제 도시ㆍ건축을 대신하려는 움직임이 시작했다. 기업들은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실제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정교한 가상 건축을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가상현실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가상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데이터센터 내부의 모습을 공개하고, 클라우드를 더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PC나 가상현실(VR) 기기 등으로 웹사이트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센터에 들어가면 로비를 거쳐 서버룸, 네트워크룸, 이노베이션룸 등이 나오고, 실제 사용하는 시설들로 빽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니티는 작년 9월 서울 한남동의 유명 상업시설 ‘사운즈한남’을 생생하게 구현한 ‘사운즈한남 3D 비주얼라이제이션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설계 솔루션을 활용해 건축물을 모델링하고, 게임엔진으로 렌더링을 진행했다.
건축물 더해 사용자도 가상현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들이 이어졌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를 중심으로 현실과 가상세계가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주목을 받으면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시와 유로 비전 송 콘테스트가 시도한 ‘온라인 유로 비전 빌리지’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건축물을 구경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직접 가상 세계에 들어가 다른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국내에서는 BIM 전문사 피식스컨설팅이 ‘메타시티’를 구현하고 디지털 부동산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와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전문기업 등과 협력해 교육, 업무, 여가 등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현실세계와 쌍둥이처럼 같은 가상현실을 만드는 ‘디지털 트윈’에 집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상ㆍ지하 공간과 각 건축물을 구현한 ‘3D 지형지도’를 구축하고, 각종 도시 문제 해결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문제 분석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디지털트윈 서울 S-맵’을 공개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설계 솔루션이나 렌더링 프로그램 등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며 가상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하은기자 haeunlee@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