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기업들이 친환경 건설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수출국들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선제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HD현대그룹과 두산그룹은 수소, 연료전지 등 다양한 친환경 건설기계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추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 나선 韓건설기계
세계적으로 건설기계 엔진의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8% 이상이 건설부문에서 발생해 환경규제로 유해물질 배출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미국은 티어(Tier)4 규제를 도입해 8킬로와트(kW) 미만 소형 엔진부터 900kW 초과 대형 엔진에 대한 배출량을 규제하고 있다. 앞으로 Tier5까지 규제가 확대될 경우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PM) 등을 50~90% 추가 저감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스테이지5(StageⅤ) 규제를 통해 엔진의 형식과 적용 형태에 따라 유해물질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베를린, 노르웨이 오슬로, 영국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들도 무공해 장비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국내 건설기계사들은 친환경 기조에 따라 각종 대응책을 마련했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 3사(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제품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수립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25년, HD현대건설기계는 2030년 국내 사업장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 판매 비중은 2030년 83%에서 2040년 95%로 확대된다. 두산밥캣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1년 대비 30% 감축키로 했다.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건설기계 개발 박차
건설기계사들은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 수소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19년 전기굴착기 개발에 착수한 뒤 최근 4년 만에 제품을 출시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가 선보인 전기굴착기(DX20ZE)는 내연기관 대신 자체개발한 배터리팩과 고성능 모터를 탑재해 동급 내연기관 장비와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 HD현대건설기계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1.9톤 전기굴착기를 개발하고 있다. 2026년까지 2·3톤급 전기굴착기를 상용화해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두산밥캣은 2019년 업계 최초로 1톤급 전기굴착기(E10e)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1톤급 전기굴착기(E19e)를 공개했다. E19e는 동급 디젤 모델인 E19와 동일한 규격과 성능을 갖춘 게 특징이다. 매연이 없고 소음이 적어 실내 철거, 야간 작업 등에 유용하다. 약 3시간30분 동안 연속 사용할 수 있으며 초고속 충전 시 2시간 내 다시 완충되는 기능도 갖췄다.
전기뿐 아니라 수소 엔진 개발도 활발하다. 수소엔진은 중부하 이상에서 높은 열효율로 운전할 수 있어 중·고부하 작업이 많은 건설기계 동력원으로 적합하다.
HD현대건설기계는 15톤급 수소연료전지 굴착기 개발을 마쳤으며 2026년 상용화할 방침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1리터(ℓ)급 수소전소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이 엔진은 30톤급 대형 굴착기에 장착된다. 건설현장 환경을 고려해 2025년 트럭과 버스에 우선 탑재한 뒤 건설기계에 탑재, 상용화할 계획이다. 두산밥캣은 세계 최초로 전기 굴착기를 출시한 데 이어 수소지게차를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전기 로더, 굴착기, 잔디깎이 등 친환경 제품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친환경 건설기계 역량 강화해야
친환경 건설기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기술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TBRC(The Business Research Company)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 건설기계 시장은 2023년 91억달러(11조4000억원)에서 2027년 199억달러(25조1000억원)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사업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투입되는 만큼 업계에선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수소건설기계는 상용화 전이기 때문에 유의미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으나 기존의 내연기관 건설기계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돼 정부가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정책적으로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을 일정 부분 구매하거나 배기가스를 줄이도록 하고 있는데 국내는 관련 제도가 없다"며 "친환경 규정이 생기면 기업들의 움직임도 적극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필요성에 대해선 "전기와 달리 수소는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이어서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 지원으로 수소 인프라가 확장된다면 관련 제품 수요도 늘어날 것이고 여기에 정부가 제품 구입 보조금을 준다면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