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가 10일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폐기 방침을 천명해 왔지만, 그동안 나온 것은 문재인 정부가 취소시킨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추진과 설계수명 넘긴 원전의 계속운전 방침 정도였다. 신규 원전 건설 방침은 처음 나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5년 작성한 7차 전력계획에선 2029년까지 모두 13기의 원전을 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완공된 것은 신월성2호기,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호기 등 4 기에 불과하다. 문 정부는 신한울 3·4호기와 천지원전(경북 영덕)·대진원전(강원 삼척)의 6기는 아예 포기했다. 윤 정부는 탈원전 폐기를 밝혔지만 부지가 확보된 신한울 3·4호기만 재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벌써 윤석열 정부 임기 중 1년 2개월이 지났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너무 늦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산업부 에너지차관을 경질했다. 대통령의 원전 재추진이 충실히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한 문책으로 해석됐다. 그뒤 산업부 과장들이 태양광 업자의 로비를 받고 안면도 태양광 단지를 불법 허가해 주고 그 업체의 대표, 관련 업체의 임원으로 취직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산업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순응한 것을 넘어 그걸 자신들 이익 챙기기에 활용했다. 신규 원전 건설이 부진한 것도 담당 부처의 그런 분위기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보급, 데이터센터 증설, AI 등 4차 산업 본격화에 대비하려면 전력 공급 능력이 대대적으로 확충돼야 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전력 공급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의 1990년 전력 사용량은 118테라와트아워(TWh)에 불과했는데 작년에 그 4.7배인 555TWh를 썼다. 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50년 전력 수요는 무려 1250TWh라는 예상이 있다. 태양광·풍력도 활용해야 하지만 우리 자연 조건을 감안할 때 원자력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자급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 세계가 실감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계획했던 5차 전력수급계획은 2024년의 전력 공급 중 원전 비중을 48.5%로 잡고 있었다. 지난해 원전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탈원전으로 허송한 지난 정부 5년이 특히 뼈아픈 공백이었다. 신규 원전 건설에 지금부터라도 고삐를 죄어야 한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