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대기업이 메타버스를 단순 투자처에서 한 단계 나아가 미래 사업 먹거리로 낙점하고 정보기술(IT)과 콘텐츠 등 각각의 장점을 활용해 메타버스·NFT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이에 맞춰 경영 체계도 변화하는 등 국내 대기업들이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사업에 속도를 내자 업계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
메타버스 등 신시장·기술에 민첩한 대응이 요구되자 11일 삼성은 기업 경영 뼈대를 구성하는 차세대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 새로운 트렌드 대응, 업무 생산성 개선 등 전반적인 경영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로봇업무자동화(RPA)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주요 업무 처리 속도를 최대 6분의 1로 단축,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문성우 삼성전자 경영혁신센터 부사장은 "N-ERP는 비즈니스 민첩성과 생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이라며 "삼성전자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스퀘어는 최근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SK ICT 계열사들과 블록체인·암호화폐 연구에 돌입했다.
SK스퀘어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와 그룹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11번가', OTT '웨이브', 음원 플랫폼 '플로', 앱 마켓 '원스토어', 포인트 서비스 'OK캐쉬백' 등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ICT기업 서비스를 아우르는 가상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발판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SK스퀘어의 로드맵에 따르면 자회사이자 블록체인 사업을 맡고 있는 SK플래닛은 올 2분기(4~6월)에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 개발과 함께 백서를 발행하고, 3분기(7~9월)에 암호화폐를 발행해 SK그룹내 ICT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어 4분기(10~12월)에 거래소에 공식 상장할 방침이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국내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대기업 코인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통된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서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경영진 회의를 메타버스를 통해 열었다. 이날 신 회장은 "화성보다 먼저 살아가야 할 가상융합 세상에서 롯데 메타버스가 기준이 되도록 하자"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는 전사 역량을 모아 그룹사를 연결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춰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칼리버스(현 비전브이알)를 12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롯데정보통신은 칼리버스와 함께 실사 촬영 기술, 가상현실(VR) 합성 기술, 3D 실시간 렌더링 기술 등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기존 메타버스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부족과 실용성 저하 등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던 메타버스 분야는 최근들어 대기업의 투자와 사업성 확인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에는 18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6년까지 25%의 사람·기업들이 일, 쇼핑, 교육,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을 메타버스에서 보낼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마티 레스닉 가트너 리서치 부사장은 "이미 사용자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삶을 복제·구현하는 방법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가상 공간에서 학교를 다니고 수업을 듣는 것부터 디지털 토지 구입, 가상 주택 건설에 이르기까지의 활동들이 현재 별도의 환경, 메타버스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티 레스닉 부사장은 "기업들은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메타버스 비즈니스로 전환해 전례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2026년까지 전 세계 조직의 30%가 메타버스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메타버스와 디지털 통화 NFT(Non-functible token)로 가상 경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메타버스는 소비자들이 매일 상호작용하는 모든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