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및 신사업 추진…사명변경 줄이어
주택ㆍ건설 한계 탈피…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기업 가치 극대화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건설기업들이 회사 간판을 교체하며 ‘건설’이란 이름을 떼고 있다. 주력 분야인 토목ㆍ건축 시장의 업황 부진이 길어지자, 기존 건설업이 가진 이미지와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영그룹의 건설 계열사 신영건설은 사명을 ‘신영씨앤디’로 변경하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새로운 사명에서 씨앤디(C&D)는 시공을 의미하는 ‘C(Construction)’와 부동산 개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디벨로퍼 마인드를 상징하는 ‘D(Development)’의 합성어다. 건설뿐만 아니라 선두 건설사와 경쟁할 수 있는 디벨로퍼형 종합 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을 담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건설은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사명을 ‘포스코 이앤씨(POSCO E&C)’로 변경했다.
이 회사는 사명 변경과 관련해 기존 건설업을 뛰어넘어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가치를 실현하고, 친환경 미래사회 건설을 위해 끝없이 업(業)의 한계에 도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실제, 새 이름에서는 ‘건설’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이앤씨(E&C)를 엔지니어링과 건설(Engineering & Construction)의 약자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포스코이앤씨는 에코(Eco)와 챌린지(Challenge)를 의미를 담았다.
포스코이앤씨는 사명변경을 계기로 저탄소철강 분야인 수소환원제철과 이차전지 원료소재 분야의 EPC 경쟁력을 강화해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고, 그린 라이프(Green Life) 주거모델을 상품화하는 등 친환경ㆍ미래성장 사업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에 한화건설에서 한화로 흡수합병된 ‘한화 건설부문’도 회사 간판을 바꾼 이후 전통적인 건설의 색채를 빼는 중이다. 이 회사는 합병 당시 풍력발전, 수소에너지 등의 친환경사업 분야에서 부문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탕으로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이 회사는 풍력 에너지사업과 수처리 환경사업, 데이터센터 구축 등의 분야에서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중이다.
작년 9월 사명을 변경한 HL디앤아이한라도 새 이름에 건설 너머의 가치를 내포했다. 바뀐 사명은 ‘HL Development&Innovation Halla’의 약어로, 건설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비건설 부문 영역 확대를 통한 미래지향적인 사회ㆍ생활 인프라 창조 혁신기업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지난 2021년 5월 사명 변경 후 친환경ㆍ신재생 에너지 사업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친환경 관련 사업을 비롯해 신ㆍ재생에너지 설비, 배터리 재활용, 폐기물의 자원화 및 에너지화 등 자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 분야를 다양화했다.
이와 함께 DL이앤씨(옛 대림산업)도 사명을 바꾼 뒤 친환경 탈탄소 사업 확대를 위해 전문회사 카본코를 설립하는 등 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ㆍ활용(CCS)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규 택지 공급 부족 및 SOC 물량 감소 등으로 전통적 건설업만으로는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려는 건설사들이 많다”라며 “사명 변경은 사업 다각화 및 지속가능성장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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