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건설공사비를 잡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자재비 통제, 외국인 노동자 투입 확대, 숙련공 육성강화를 골자로 한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것. 상당수 전문가들은 '고삐풀린 공사비'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다만 건설업체들을 '압박'하는 카드로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공사비 안정화 방안'은 자재 수급 조절과 인건비 부담 완화를 통해 공사비 상승을 억제하고, 주택 분양가 인상과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자재비 통제는 시멘트 등 수급 조절을 위한 수입 다각화와 국내 생산 확대를 통해 이뤄진다.인건비 지원은 현장 인력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일정 금액의 보조금 형태로 추진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878만원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5.32% 올랐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경우, 같은 기간 3198만원에서 4401만원으로 37% 이상 급등했다. 공사비가 급등한 영향이다. 분양가 상승은 소비자들의 주거 접근성을 악화시키고, 실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주택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연평균 8.5%였던 공사비 상승률을 2026년까지 2% 내외로 최대한 안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연평균 4% 내외의 장기추세선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며 "공사비 안정화를 통해 건설시장 활력을 제고함으로써 '25년 건설수주액 200조원 돌파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적으로 상한선을 정한건 아니지만 '2%'라는 수치를 제시한 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역할할 전망이다. 전국 아파트 건축현장에서 공사비 갈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나온 공사비 안정화 방안이, 최소한 정부-지자체가 시공사와 협상을 하는 데 하나의 '카드로'는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사비 안정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줬다는 자체로 어느 정도 상승속도를 낮추거나 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재비와 인건비는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들이 많아 공사비 억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시멘트 수급 안정화를 위해 추진되는 해외 수입 방안에 대해 이은형 연구위원은 "시멘트는 장기 보존이 어려운 자재이므로 수요 물량과 공급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외국, 특히 중국산을 수입하면서 품질기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지, 시의적절하게 공급이 가능할 지, 자율적인 가격조정 협의가 실효성있을 지 의문"이라며 "인건비 역시 사실상 낮추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대부분 풀린데다 인건비, 건자재가격 인상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아파트 분양가는 최근 몇 년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택시장의 신축선호나 주택 인허가 감소 추세로 공급희소성이 부각되며 서울 등 수도권 등지는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분양권가격 상승이나 기존 구축 가격상승을 불러오는 문제가 있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공사비 인상률 둔화추세가 실현된다면 실수요자의 분양시장을 통한 내집마련 가격 부담을 다소 낮추고 분양가가 기존주택 가격을 자극하는 부작용은 다소 감소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공사비 상승률 둔화가 아파트 사업지별 분양가 개별 책정에도 명확히 반영돼야만 분양가 상승 체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