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스마트건설기술 R&D 중간성과 공개 현장
국토부 지원 아래 道公 기술 시연
드론ㆍ로봇으로 디지털 지도 생성
관제센터서 MC로 토공장비 전달
무인 도저ㆍ그레이더ㆍ롤러가 작업
장비센서, 품질ㆍ시공물량 산출도
안전ㆍ생산성 향상…상용화 눈앞
[대한경제=김민수 기자]지난 3일 오전 경기 김포시 양촌읍 고속국도 제400호선 김포∼파주 건설공사 1공구 현장. 산업계와 학계 관계자 300여명이 모인 야외 현장에서 국토교통부 지원 아래 2020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건설 분야 최대 국가 연구ㆍ개발(R&D) 사업인 ‘스마트건설기술개발’의 중간 연구성과가 공개됐다.
사업 총괄기관인 한국도로공사는 130여 연구기관들과 함께 국산화에 성공한 토공 자동화 기술 시연을 맘껏 펼치며, 멀게만 느껴졌던 스마트 건설기술의 실용화가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줬다.
이날 하늘 위 드론과 지상의 자율주행 로봇은 가장 먼저 건설현장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며 초정밀 3차원(3D) 지도를 생성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작업자는 이렇게 생성된 디지털 지도를 바탕으로 토공 작업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수백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차량 내 관제센터에서 작업계획을 머신컨트롤(MC) 토공장비에 전달했다. 전달된 작업정보에 따라 토공장비가 로봇처럼 무인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덤프트럭이 흙을 내려놓고 가자 9t짜리 무인 도저가 사전에 전송받은 작업 경로를 따라 흙을 이동시켰다. 도저는 전ㆍ후진, 회전하며 30㎝ 두께를 기준으로 흙더미를 포설하며 이동했다.
도저가 지나가자 이번엔 15t 그레이더가 땅을 평탄하게 고르는 작업을 했다. 뒤이어 10t짜리 롤러가 다짐 작업을 진행했다. 운전석은 모두 비어 있었다. 무인 롤러는 인공지능(AI) 어라운드뷰 시스템으로 주변의 객체를 인식해 사람이 다가가면 “위험”이라며 경고음을 냈다.
조진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운전자가 탑승하는 유인 자율작업은 상용화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경로 추정이 접목된 무인 자율작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로,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설명했다.
작업 후에는 롤러에 부착된 센서를 연동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 다짐 품질을 검사했다. 무인 장비가 시공하며 생성된 데이터로 시공 건설정보모델링(BIM)을 통해 실시간 도면 갱신 및 시공물량 자동 산출도 가능하다.
이 같은 스마트 건설기술을 통해 건설현장의 안전과 생산성을 제조업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시연회는 그동안 연구실에서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던 R&D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로 거듭났다는 데 의의를 지닌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도로공사는 스마트건설기술 개발 국가 R&D 사업을 관리하는 총괄기관으로서 개발한 기술들이 연구실과 실험실 문턱을 넘어서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로 육성하고 활용화,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실제 고속도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오늘 기술 시연은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시연회에는 함 사장을 비롯해 김태오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이충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태오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단순 반복작업을 인력 대신 무인 장비가 해줌으로써 안전 문제뿐 아니라 작업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생산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도 “시연회를 보고 틀림없이 세계적으로 리딩할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중요한 건 지속적인 투자다. 세계 최고인 상태에서도 투자하고 축적의 시간을 가진다면 우리나라 건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
출처: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