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도 ‘친환경 공법’ 바람이 불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모듈러 건축 관련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고 탄소 발생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 주택을 지을 때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탄소 발생 30% 이상 저감… ‘탄소중립’ 실현 기대감↑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모듈러주택은 주요 부재 및 부품의 70~80% 이상을 표준화·규격화한 뒤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으로 운반 후 조립·설치한 주택이다. 20~30% 가량 공사기간이 단축되고, 무엇보다 탄소발생이 적어 건설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량생산으로 품질 개선도 가능하다. 건설기능인력이 고령화되면서 숙련공 부족 문제,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해결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모듈러 건축공법이 기존 공법 대비 탄소배출이 30% 이상 저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듈러 건축공법으로 지어진 천안두정 공공주택은 탄소를 36.1% 저감시켰고, 인천옹진 공공주택은 17.44% 탄소 발생을 줄였다. 경북 포항의 유강초등학교는 모듈러 주택 공법을 통해 탄소발생이 77.4%나 저감됐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분석은 자재의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으로, 모듈러 건축공법의 경우 자재 재활용이 기존 공법에 비해 훨씬 높은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탄소배출 감축효과는 더욱 증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너도나도 관련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모듈러 협력 관련 상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에 모듈러주택 및 제작시설을 설립,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GS건설도 지난 2020년 영국과 폴란드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인수하고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자이가이스트’를 100% 자회사로 설립했다.
DL이앤씨 역시 모듈러 유닛의 제작, 설치, 마감 및 설비와 관련한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모듈러 주택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 2016년부터 공동주택 공사 내 소규모 골조공사에 모듈러 건축 기술 도입했고,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모듈러 구조, 외장, 마감 관련 특허 19건을 출원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자회사인 포스코A&C는 국내 유일의 모듈러 전문회사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듈러 방식 공사 단지인 ‘세종6-3생활권 통합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내기도 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12월 중국의 모듈러 기술업체와 ‘모듈러 건축 및 미래 건축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모듈러로 지금처럼 지으면 천문학적 공사비”… 가격 경쟁력 확보는 숙제
그러나 일반적인 아파트나 주택 등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모듈러 주택을 짓기 위한 비용 문제가 여전히 숙제이기 때문이다. 모듈러 건축 공법은 석고보드 작업, 구조체 공사 등을 미리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주택대비 공사비가 20~30% 이상 높다. 이 때문에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사비 이슈가 큰 건설 시장에서는 모듈러 건축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는 건설사들이 그동안 많이 지은 경험을 토대로 건축에 대한 표준화가 돼 있는데, 이걸 그대로 모듈러 건축으로 짓는다고 하면 터무니없이 비싸질 것”이라며 “다만 모듈러 건축은 자동화·품질 균일화 등 장점이 크기 때문에 표준화가 될만큼 많이 경험이 쌓이고 대량생산이 이뤄진다면 가격은 내려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신기술 도입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일 국토교통부는 ‘제4차 경제 규제혁신 TF’를 통해 모듈러 등 비용이 큰 스마트 건설기술에 대한 공사비 산정기준을 정하기 위해 원가산정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모듈러주택 정책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듈러 건축 공법을 통해 생산성 향상으로 오히려 공사비가 내려갈지, 예상보다 생산성이 안 나와 비용만 높아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시범사업 단계라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신규 기술 도입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는 미리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계획 및 설계단계부터 사업참여자간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선기자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