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소 ‘건설 분류 체계 사용설명서’ 발간
토목ㆍ건축ㆍ플랜트 3종 시설물 구분
글로벌 수급 맞춰 전환…대학ㆍ재교육 활용
[대한경제=김태형 기자] 건설공학 전공자들이 선택가능한 직업 종류가 90여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한 지금까지 인류가 구축한 국토인프라ㆍ시설물 종류는 약 470종, 이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공학기술은 약 400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소장 김호경)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토인프라 및 시설, 직무와 직업 등 3개 분야 분류를 체계화한 ‘건설 분류 체계 사용설명서’를 최근 발간했다. <표 참조>
토목ㆍ건축ㆍ플랜트 등 3종 시설물에 갇힌 단조로운 건설산업 분류체계를 글로벌 호환성을 고려해 해외시장 수급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분류체계에 영문을 병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호경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장(건설환경공학부)은 “건설공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국토인프라와 직업이 광범위한데도 정부와 산업체, 교육기관 등은 그 대상을 토목과 건축시설물 정도로 한정시키고 있다”며, “건설공학을 선택한 대학ㆍ대학원생에게 다양한 건설의 직업세계를 알려주고, 대학교육과정을 시장과 산업의 수요에 맞게 혁신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건설분류 체계는 시설물과 직무(job)를 수직체계인 기능 중심에서 수평적 매트릭스 구조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현행 국가직무능력표준체계(NCS)는 동일한 직무와 지식이라도 토목ㆍ건축ㆍ플랜트 등 3개 부문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갇힌 구조다. 또한 경력관리기관들이 보유한 개개인의 경력증명서는 개인의 서술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기록(record)에 의한 증빙서류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제출된 기술자의 경력증명서나 이력서만으로는 피고용자의 역량을 가늠하기 힘들다. 기술자들도 자신이 보유한 역량으로 소화 가능한 분야와 조직 역할이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자신의 역량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복남 서울대 산학중점교수는 “국내 건설기술인 경력증명서는 양은 많은데, 정작 어떤 분야에 특화된 역량을 갖췄는지 알기 어렵다”며, “현재와 미래가 요구하는 건설기술인의 직무와 역량을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는 체계도 사실상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내수용 건설분류 체계로는 시장과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과학,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에 묻혀 청년층이 건설공학 선택을 기피하는 현실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새 건설분류 체계는 시장과 직무, 일자리의 체계 정립을 통해 국내 건설기술자의 역량을 직무역량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도 소속 임직원의 직무 집중도 분석은 물론 시장이나 시설물이 필요로 하는 직무를 예측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기본으로 활용할 수 있다. 관리직, 기술직 등 직군 중심에서 업무빌딩의 구조기술, 화학플랜트의 배관엔지니어링 등 직무 중심으로 인력수급 전략을 짤 수 있게 된다.
글로벌 기업그룹도 기업 차원에서 개별 시설물과 직무의 범위를 상세하게 기술하는 해설집(dictionary)을 개발해 개인의 선호도가 아닌 분류코드로 경력을 입력하는 방식을 택한다.
김 소장은 “과거 한 번의 기초교육 학습으로 평생동안 활용이 가능했던 시대가 끝났다”며, “새로운 건설분류 체계를 통해 국내 건설시장에서 거의 실종 단계에 있는 공학기술과 지식을 부활시켜 산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출처: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