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가격경쟁 밀리는 건설업계에 대안 되나
AI·IoT·블록체인 등 첨단기술 업계에도 활로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 2022⟶2030년 10배로
#. 출근길에 자동차 키를 깜박 잊고 나와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동을 걸 수 있다. 거울 앞에 서면 옷을 입지 않고도 다양한 옷이 내 몸에 입혀지는 가상현실이 펼쳐진다. 혈압 관리부터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까지 웨어러블 디바이스 하나로 가능해진다.
‘스마트시티(Smart City)’에 펼쳐진 현실이다. 스마트시티는 건설·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융·복합해 건설된 기반 시설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다. 건설업을 비롯해 전자, 자동차,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은 스마트시티를 새 수출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스마트시티가 요구하는 대부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수출의 막힌 혈 자리를 뚫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기업이 스마트시티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스마트시티 기술 개발과 재정 투자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발표한 ‘제4차 스마트도시종합계획안(2024~2028년)’에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계획안에서 국토부는 K스마트시티를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개발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경험을 축적한 스마트시티가 이제 해외 진출의 문턱에 와 있는 것이다.
스마트시티로 수출 활로가 크게 열릴 것으로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건설업’이다. 해외 건설 분야는 올해로 누적 수주 1조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을 정도로 한국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문제는 여전히 도급형 사업 비중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해외 건설 수주를 둘러싼 환경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급형 사업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만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하는 중국 등 신흥국 기업의 해외 건설 진출 증가로 한국 기업의 수주 경쟁력이 위태로워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스마트시티는 플랫폼이나 제공하는 서비스가 우선인데 건설사는 이를 갖추지 않아 사업을 주도하긴 어려운 현실”이라며 “스마트시티 개발에 있어 단순 시공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스마트시티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경영쇄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이제는 해외 건설 분야의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건설뿐만 아니라 ICT, 전자,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 영역과 조화가 필요한 스마트시티를 무기화하면 건설업계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찍이 스마트시티 개발 부서를 개설하고 실제적인 도시 모델 구축에 나선 건설사들도 있다. 삼성물산은 2023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에 국내 건설사 최초로 참가해 독자적으로 구축한 스마트시티 설루션과 모델을 선보였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 베트남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 개발에 진출했다.
지난달에는 국토부와 베트남 건설부의 도시·주택개발 양해각서(MOU) 체결로 베트남에 ‘판교 규모’의 K시티 수출 길이 열렸다. 이날 협약식에는 박상우 국토부 장관, 박선호 해외건설협회 회장,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 등과 함께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한미글로벌,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이 참석했다.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분야 첨단기술의 집합체다. 건설업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빅데이터, AI, IoT,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스마트시티 환경을 이루는 핵심 요소는 거버넌스, 빌딩, 환경, 유틸리티, 교통, 헬스케어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있다.
스마트도시 사업 중 핵심 프로젝트인 스마트시티 설루션 역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주민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소규모 ICT 사업 위주다. 그 항목은 도심항공교통(UAM), 스마트 폐기물 관리, 드론 배송, 로봇 카트 등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국토부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사업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순천시 사업을 보면 스마트 로봇 조성, Eco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5G 기반 유니버셜(UD) AR Street 등이 포함됐다”며 “기존 인프라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과 체감형 주민 편의 서비스 제공 등 ICT와 소프트웨어 영역에 집중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IoT 기술 확산으로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의 기술적 확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미래 ICT 기반 기술들이 스마트폰을 넘어 일상으로 확대되면서 스마트시티는 차세대 ICT 서비스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시작된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도 좋은 사례다. 당시 LG CNS는 LG유플러스, LG전자 등 LG 계열사와 KB금융, 신한금융, CJ올리브네트윅스, 네이버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AI·데이터·블록체인 등 기술 기반 디지털 신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하며, 도시설계부터 시공까지 자율주행과 원격진료, 스마트 교육, 태양광 에너지, 드론 배송, 스마트 신호등 등 스마트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가진다.
스마트시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시티 전체 시장 규모는 2022년 6568억 달러(약 907조원)에서 2030년 6조9650억 달러(약 961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25.8%에 이르는 높은 성장률뿐 아니라 9000조원이라는 시장 규모 자체도 엄청난 수치다.
출처 : 여성경제신문(https://www.womanecon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