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 기반 ‘푸르지오 메타갤러리’
세계 최대 게임엔진사 유니티 협업… 1인칭 시점으로 아파트 내부 이동
‘유상옵션 미적용’도 손쉽게 보여줘 가구-가전 등 ‘애프터마켓’과 연결
스마트폰을 가로로 놓고 왼손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면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걸어서 움직이듯 화면 속 아파트 내부를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는 시선을 조종한다. 천장이나 바닥은 물론 시선을 360도 회전하면서 주변을 둘러볼 수도 있다. 현관 중문 앞에서 작은 버튼을 누르면 문을 여닫을 수 있고 소형 평면도에서 원하는 위치를 누르면 즉시 그 위치로 이동한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경기 수원시 영통 푸르지오 트레센츠와 파인베르에서 국내 최초로 제작한 건축정보기술(BIM) 기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모델하우스 ‘푸르지오 메타갤러리’가 실제 작동하는 방식이다. 세계 최대 게임엔진 기업으로 꼽히는 유니티와 협력해 제작한 메타갤러리에서는 게임처럼 1인칭 시점으로 모델하우스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기존에도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있지만 실제 모델하우스 사진을 온라인 공간에 옮겨놓는 방식인 데다 거실과 방 등 정해진 위치에서만 실내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는 한계가 뚜렷했던 상황. 메타갤러리는 실물 모델하우스가 없어도 BIM 정보를 활용해 제작이 가능하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디지털 공간의 장점을 살리면 기존 모델하우스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가구, 가전업체 등과 협업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해근 대우건설 주택건축기술실장(상무)은 “모델하우스에서는 전시에 최적화된 가구를 활용해 ‘최상의 모습’을 주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지만 메타갤러리에서는 가구가 없거나 유상 옵션을 적용하지 않은 모습도 손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제작된 메타갤러리에서는 버튼 하나로 천장 특화, 대형 아트월 등의 유상 옵션과 소파 등의 전시품목을 ‘껐다 켰다’ 할 수 있었다.
실내 공간을 쉽게 재구성할 수 있다는 강점은 가구, 가전, 인테리어 등 ‘애프터마켓’과 소비자를 연결해 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김 실장은 “모델하우스 단계에서부터 맞춤형 가구, 가전제품을 제공하는 기업과 협력해 메타갤러리에 적용해 보고 구입하는 공동 마케팅 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분양 기간에 실제 모델하우스와 함께 운영된 메타갤러리에는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소비자들의 호응을 확인한 대우건설은 앞으로 메타갤러리에 음성·문자 안내 기능과 옵션 선택에 따른 비용 안내 기능 등을 추가하는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술을 제공한 유니티 측은 자동차, 조선업 등에서 설계·제작비용을 크게 줄여주면서 인정받은 메타버스 기술이 건설업계로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BIM으로 디지털화되는 건축 정보에 게임엔진 기술이 결합되면 세대별,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일조량을 미리 살펴보고 아파트 단지 외부의 조경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술을 머지않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출처: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