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증·유연탄값 상승 여파
쌍용C&E·한라 18% 인상 발표
성신·한일·삼표도 가세할 듯
작년 7월이후 6개월새 또 올려
업계 "원자재값 급등 감당못해"
레미콘 등 건자재 후폭풍 촉각
아파트 분양가에도 영향 줄듯
시멘트 업계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격 인상에 나선다. 건설경기 회복으로 시멘트 수요가 급증한 데다 시멘트 제조에 쓰이는 유연탄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서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산 유연탄 수출이 금지되는 등 원자재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레미콘 가격과 PHC파일(콘크리트파일) 등 건설사에 납품하는 자재 단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4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시멘트업체 쌍용C&E는 현재 t당 7만8800원인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다음달부터 9만3000원으로 18%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시멘트 업계는 지난해 7월 시멘트 공시가격을 t당 7만5000원에서 7만8800원으로 3800원(5.1%) 인상한 바 있는데, 7개월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한라시멘트 역시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18%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한일시멘트,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등 시멘트 제조사들 역시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이후 수년째 동결돼왔던 시멘트 가격이 수개월 사이에 두 차례나 인상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작년 7월 가격 인상 이후에도 실제 레미콘 납품가가 t당 6만5000원 이하로 판매되면서 3배 가까이 인상된 유연탄 가격을 흡수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며 "올해도 유연탄 가격이 150~200달러 수준에서 유지되면 시멘트 업계 전반이 경영 악화로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생산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작년부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영향이 크다. 석탄 전자거래 중개업체 글로벌 콜(global COAL)에 따르면 2020년 8월 t당 49.78달러였던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말 기준 170.23달러로 1년 반 만에 3배 넘게 올랐다. 특히 작년 10월 한때 222.35달러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기도 했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은 전력요금과 함께 시멘트 제조원가 변동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러시아산이 76%로 비중이 높지만 최근 러시아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체연료인 유연탄 가격에 기름을 붓고 있다. 중국에서도 한파 여파로 석탄 가격이 오르고 유연탄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유연탄 수출업체들 요구로 올해부터 스폿 계약으로 전환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유연탄 가격 급등이 원가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시멘트 제조업체들이 시멘트 출고가를 순차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하자 시멘트를 받아쓰는 레미콘 업체들 사이에서는 반발하는 조짐이 관측된다. 건설사들 역시 시멘트 출고가 인상이 아파트 등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 업체들은 시멘트 가격 인상이 아파트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30평형 아파트 한 채당 들어가는 시멘트 조달비용은 157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출처: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