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 전반의 거센 디지털 전환 추세는 생산성, 안전, 공사기간 등의 이슈에 직면한 건설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혁신의 도구이자 미래 성장을 위한 돌파구로서 ‘건설 엔지니어링과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로 정의할 수 있는 스마트 건설의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은 전통적인 토목·건축 기술에 다양한 디지털 혁신 기술들을 융합해 건설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장비 자동화, 가상건설, 안전관리 등을 통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또한 건설산업을 데이터 중심의 고부가가치 융복합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활용은 조사, 설계, 제작, 운반, 시공 단계의 디지털 정보 공유와 업데이트를 바탕으로, 드론, 로보틱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과 관련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과학적인 공정관리와 안전한 현장관리를 용이하게 한다. 나아가 플랫폼 기반의 건설 데이터 생산과 운용을 통해서 향후 시설물의 운영과 유지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건설기술은 자동화와 무인화를 촉진하고, 에너지 효율화와 자원 절감 등으로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건설 분야에서 스마트 건설기술의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고,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건설 생태계의 개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전후방 산업 연계를 통해 건설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는 역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 선진국들은 2010년대부터 건설정보모델링(BIM)을 필두로 건설 디지털화 기술의 발전과 활성화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 단위의 건설산업 혁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30대 건설사의 70%가 스마트 건설을 경영 우선과제로 삼고, 전담인력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건설 생산성 혁신과 안전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18년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이에 대한 설계와 시공에 해당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하기 위해 지난 2020년 4월 도로 분야를 대상으로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사업이 착수됐다.
이번 개발사업은 건설사업의 디지털화·자동화를 위한 기술혁신과 스마트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토공 자동화와 디지털 맵핑(Ⅰ), 구조물 시공 자동화와 프리팹 기반 구축(Ⅱ), 스마트 건설안전(Ⅲ), 데이터 통합관리와 플랫폼 구축(Ⅳ) 등의 4대 중점분야로 연구단이 구성돼 각 3개의 세부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개발목표인 총 29개 구성기술은 44개의 핵심성과지표를 기준으로 140개 개별기술로 세분화해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각 연구단의 개발 기술을 살펴보면, Ⅰ중점분야인 토공자동화연구단은 건설장비 자동화와 관제를 통해 토공을 자동화하고 건설현장의 지형정보를 디지털화해 전체 공정에서 활용하는 기술을 다루고 있다. 현재 토공 작업과 운반에 투입된 장비의 위치와 작업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전자지도(C-Map)에 장비의 최적 이동경로를 자동 생성해 운전자(또는 원격)에게 전달하는 이동형 관제시스템을 개발해 시험 중에 있으며, 도저, 그레이더, 롤러의 무인화 작업을 위한 조종기와 조종기술의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현장공간정보의 맵핑을 위해 카메라와 라이다를 각각 장착한 드론의 군집 운용과 자동충전·차륜형 지상로봇(UGV)의 자율운영과 SLAM 방식의 3차원 스캐닝을 위한 기초기술을 개발했다. 이와 더불어 현장의 환경정보(진동/분진/온도)를 자동측정해 디지털지도에 실시간으로 표출하는 센서 세트와 기술을 개발해 시험하고 있다.
Ⅱ 중점분야 구조물시공자동화연구단은 건설산업 프로세스에 제조업의 특성을 도입해 설계-제작-시공의 모듈화를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구조물 부재의 제작과 시공 단계의 프리팹(prefabrication)과 그 설계를 위한 DfMA(Design for Manufacturing and Assembly)를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프리팹을 적용하는 교량 건설을 대상으로 BIM 기반의 디지털엔지니어링모델의 전생애주기 정보전달체계를 마련해 현장 실증작업과 완전프리팹이 구현되는 가상현장 구축을 병행하고 있으며, IoT 기반의 프리팹 부재의 모니터링과 디지털 검측을 위한 센싱 패키지의 시제품을 제작해 실물 교량에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교각 철근작업과 거더 거치의 자동화를 위한 로봇시스템을 만들고 있으며, 기계식 굴착 자동화에 필요한 TBM 장비의 관리와 운용을 위해 굴진면 전방의 비파괴탐사 모듈을 설계하고, 굴진 중 데이터 수집 장치를 개발했다는 것이 성과로 손꼽힌다.
한편, Ⅲ 중점분야 스마트안전관제연구단에서는 안전사고에 취약한 건설현장에서 작업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과 임시구조물의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합해 종합적인 안전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공사현장에는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안전관제연구단은 공사현장 침수 예측시스템과 화재대응 시나리오, 영상 기반의 현장 모니터링 체계를 만들고, 현장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안전관리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했다. 현재 현장 작업 상황을 반영한 위험성 평가 시스템을 통해 인공지능 기반으로 CCTV, 360도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작업자의 위험상황을 판별하고 경고하는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으며, 작업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착용식 안전장비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섬유도 제작하고 있다.
또한 현장 중심의 안전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3D 영상 기반의 안전교육 컨텐츠를 생성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계 등 가설자재의 균열을 검출하는 휴대용 장비를 개발했으며, 현재 가설시설물을 스캐닝해 결함을 검지하는 라이다 장착 로봇개 시스템을 시험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Ⅳ 중점분야인 데이터·플랫폼·실증연구단은 앞선 3대 중점분야에서 개발하는 기술을 실증하고, 데이터를 중심으로 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 체계로 결합해 건설생산 프로세스 전주기의 디지털 전환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BIM 정보를 중심으로 객체 기반으로 데이터를 통합, 표준화하는 체계를 제안하고 있으며, 프리팹 공정을 지원하는 링크드 데이터 기반의 지식관리과 스마트 딜리버리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데이터를 수집·저장하는 데이터 레이크 운용을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도입해 설치했다.
특히 플랫폼 기반으로 BIM 정보와 연동한 디지털트윈 방식의 시각화와 리스크 중심의 공정관리 체계를 만들고 있고, 현장업무의 디지털화를 위해 자재정보와 지반조사성과 관리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시제품을 개발해 시험운영에 착수했다.
또한 고속도로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4개 연구단에서 수행 중인 12개 세부과제의 개발기술 실증을 위한 다양한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의 기준화와 규제샌드박스 운영방안 등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전체 6년간의 연구기간 중 3차년도에 해당하는 현재까지 각 연구단에서 개발한 기술 중 시제품 제작이나 시연이 가능해 구체적 성과가 예상되는 항목들은 양평이천 고속도로, 서울세종 고속도로, 김포파주 고속도로 등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실제 건설현장과 유지관리 노선에서 실증과 현장 적용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스마트건설사업단 조성민 단장(사진)은 “국토교통 분야 최대 국가R&D사업을 관리하는 스마트건설사업단은 개발 중인 스마트 건설기술들이 산업 현장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현장에서 실용화가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실용화 총력 추진과 기술환경 변화 대응형 사업관리 체계를 정착시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 분야는 변화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분야임을 고려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술의 내용과 성과지표를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한 기술 개발과 함께 실용화를 총력 추진하면서 기술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사업관리 체계를 정착시키고 있다”며 “연구자들이 협업과 기술 간 연계를 통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 성과를 창출하도록 독려하고, 산업계와 함께 스마트 건설기술 정착 여건을 조성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기술의 미래 방향은 디지털화, 자동화, 플랫폼 기반 등이 핵심 키워드로 손꼽히고 있다. 디지털화는 BIM 등 입체적이고 직관적인 디지털 모델에 공간정보와 지반정보를 결합하고, 디지털트윈을 통해 가상건설을 구현해 나아가 건설의 메타버스로 발전할 전망이다. 또한 자동화는 현재 건설산업계의 인력부족을 타개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발주부터 설계, 시공, 유지관리가 파이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건설 프로세스는 디지털 데이터를 담고 운용되는 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 체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건설산업계는 스마트 건설을 통해 글로벌 건설시장을 주도하려는 선진국들의 공격적 투자에 대응하면서 디지털 기술과 융합을 통해 건설산업의 생산성 수준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있다.
인프라시설의 기술은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공재이자 공공서비스이며, 국가 주도의 정보표준화와 기술 실증이 뒷받침돼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공공 부문의 투자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정부 주도의 건설 혁신전략과 지원을 병행해 산업계의 기술개발과 실용화를 장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단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국가R&D의 성과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카르텔과 같은 연구자 간 장벽과 단절, 인건비 중심의 연구비 편성, 서류로만 달성하는 성과지표, 나눠먹기식 연구비 수혜 등 부정적 관행들을 극복하고, 국민 체감형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새정부가 제시한 110대 국정과제 중에는 국토교통산업의 미래 전략산업화를 위해 BIM, OSC 등 스마트 건설기술을 확산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스마트건설사업단은 기업, 대학 등의 참여 연구진들과 함께 건설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각오로 기술 개발과 실용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찬민기자
출처 : 공학저널(http://www.engjourn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