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AI와의 ‘협업’ 한창
현대건설, 무인 안전 로봇 ‘스팟’ 현장 점검 투입 DL이앤씨, 현장관리 솔루션 ‘디비전’ 도입 확대 롯데건설, ‘스마트 수돗물 수질 측정 시스템’ 운영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큰 감소가 나타났다고 보긴 어려운 수치지만, 안전과 관련한 기술에서 만큼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모든 공정과 공법에 신기술이 적용되고, 그로 인해 건설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물론, 그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꾸준히 세상과 소통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은 어느새 건설산업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 규모가 무척 거대하고 세밀해 인간이 직접 눈과 손으로 보고 느낄 수 없는 부족함을 AI가 채워준다. 동반(同伴)의 개념을 넘어 고마움까지 느껴진다. 국내 건설업계는 AI와의 ‘협업’에 한창이다. 업체별로 특화된 부분도 있다. 어느 기업이 어떤 분야의 AI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현대건설은 이미 2018년 기술연구원 내에 빅데이터·AI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후 건설 분야의 AI 기술을 선도하고자 여러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AI 기술 가운데 발군은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무인 안전 로봇 ‘스팟’이다. 그동안 줄곧 미디어에서 봐왔던 네발 달린 동물 같은 4족(足) 보행 로봇이 바로 이 스팟이다.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은 험한 길이나 이동하기 힘든 계단, 그리고 좁은 공간이 많다. 쉽게 말해 위험 구간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스팟은 이처럼 작업자가 접근하기 힘든 사각지대까지 이곳저곳 누비며 필요한 작업을 수행한다.
중요한 건 대부분 업무에 AI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일단 스팟 몸체 상부에는 AI 기반의 여러 센서와 통신장비 등 소프트웨어가 탑재된다. 현대건설은 최근 자체 개발한 데이터 수집 기술을 스팟에 탑재하고 공동주택이나 터널 등 여러 건설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 기술은 △현장 사진 촬영과 기록 자동화 △영상과 환경 센서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레이저 스캐너를 활용한 3D 형상 데이터 취득 △QR코드를 활용한 자재·장비 관리 자동화 △위험구역 출입 감지와 경고 송출 등을 말한다.
사무실에선 이 같은 영상과 데이터를 공유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통해 공사현장을 점검할 수 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스팟은 작업자의 숙련도나 컨디션에 영향받지 않아 현장점검 시 균일한 데이터를 보낸다. 공동주택 건설현장의 공정·품질관리를 위해선 하루 2만 번 넘게 사진 촬영하고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자동화된 로봇을 운영하면 품질의 균등성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투입 인력의 절감 효과까지 얻는다.
이와 함께 ‘로봇 관제 시스템’으로 사무실에서 로봇을 제어·관리할 수 있어, 로봇 작동 중 변수가 발생해도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현대건설은 AI 기반의 영상분석 시스템으로 건설현장의 안전·품질관리 수준도 상당 부분 높였다. 최근에는 공사현장의 다양한 영상 데이터로 건설업에 특화된 AI 학습 데이터를 구축한 ‘현장 CCTV 영상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AI 기반 현장관리 솔루션 ‘디비전’ 도입한 DL이앤씨
DL이앤씨 직원들이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공동 주택 건설현장의 시공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여름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현장관리 솔루션 ‘디비전(D.Vision)’을 도입했다.
컴퓨터 비전은 AI의 한 분야로, 컴퓨터로 시각 기능을 가진 기계장치를 만드는 기술 분야다. 기계에 인간의 시각적인 지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DL이앤씨는 이 ‘디비전’을 개발하고자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AI 건설기술회사 컨스트루(Constru)와 협력했다.
‘디비전’은 자율주행 등에 활용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과 사각(死角)이 없는 360도 카메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건설현장의 시공 품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공정 현황 관리 효율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술 원리는 이렇다. 공동주택 건설현장에 투입된 360도 카메라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각 세대의 공정별 사진을 촬영한 후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360도 카메라가 한 세대를 촬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이다. 이어 AI가 촬영 사진을 바탕으로 기존 BIM(건축정보 모델링)과 비교 분석한 후 설계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찾아낸다.
예를 들어 설계 단계에서 만든 BIM 모델상의 배관 위치와 실제 사진상의 시공 위치 차이가 발생하면 AI가 이를 판별해 알려주는 식이다. 이를 통해 오시공은 물론 미시공을 줄여 품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게 DL이앤씨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사람(작업자)이 일일이 확인했던 일을 AI가 대체함에 따라 각종 하자를 보다 신속하게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작업의 진행 현황을 명확하게 추적할 수 있어 현장관리에 용이하다.
아울러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했던 공정부터 품질관리 업무 등을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해 공사기간이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
DL이앤씨는 이 디비전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일부 공동주택 사업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입주민이 체감하는 AI 기술 선보인 롯데건설
롯데건설이 금천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단지에 설치한 ‘스마트 수돗물 수질 측정 시스템’ 모습.
롯데건설은 아파트 주민 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 AI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여름 서울 금천구 금천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단지에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수돗물 수질 측정 시스템’을 적용해 시범 운영했다. 이 시스템은 입주민에게 공급하는 수돗물의 수질 상태를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수질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앞서 롯데건설은 ㈜엠에스텍과 연구 협약을 맺고 지난 3월 이 아파트 단지에 시스템을 설치하고 성능시험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는 실시간 수돗물 수질 모니터링 결과를 입주민 대표와 공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여섯 가지 수질 항목(잔류 염소, 탁도, 전기전도도, TDS, 수소이온 농도, 수온)을 측정하는 ‘지능형 수돗물 수질 측정기’와 수질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웹서버’, 그리고 사용자가 모바일로 수질 정보를 확인하는 ‘분석데이터 시각화 플랫폼’과 ‘긴급 상황 알림 서비스 플랫폼’으로 구성돼있다.
기존에는 지역 배수지가 제공하는 수질 정보나 환경부가 시행하는 ‘수돗물 안심 확인제’로 우리집 수돗물의 수질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지역 배수지에서 상수관로를 통해 아파트 단지 내부로 유입되는 수돗물의 수질 상태를 모바일 기기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또 실시간으로 수돗물 상태를 확인한 후 수질 기준을 초과하면(적합하지 않으면) 관리자·입주민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림을 보내는 ‘긴급 상황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상수관로에서 아파트 저수조에 유입되는 수질과 저수조에서 세대 내부로 보내는 수질을 이중으로 측정해 저수조 청소 시기도 알 수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기존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안전관리 기술을 계속 연구·개발하고, 아울러 건설현장의 실질적인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투자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흡 기자jh@kmecnews.co.kr
출처 : 기계설비신문(http://www.kme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