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철새인 제비는 매해 봄이 되면 처마 밑에 둥지를 짓는다. 제비의 둥지는 건축학적으로 봤을 때 하나의 걸작이다. 진흙과 나뭇가지 등 주변 환경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수직인 벽에 안정적으로 집 하나를 뚝딱 짓는다. 집은 제비 무게 100배의 하중을 견딜 정도로 견고하다. 영국 연구팀이 이런 제비의 건축 기술을 모사한 건설 드론을 개발했다.
미르코 코바치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항공로봇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비행하며 건축물을 짓는 3차원(3D) 프린팅 드론을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최근 건설 현장에 로봇을 도입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6월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을 개발해 작업자의 근력을 보조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 근골격계 산업재해를 줄이겠따고 발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5일 아파트 외벽 도색 로봇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로봇을 건설에 도입하는 것은 정교한 시공과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 역시 건설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철근이나 콘크리트 구조물은 물론 형태가 자유로운 비정형 건축재 제작까지 3D 프린터가 맡는다.
연구팀은 로봇과 3D 프린팅 기술을 모두 접목한 건설 드론을 개발했다. 제비 같은 동물이 날아다니며 둥지를 짓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3D 프린터가 달린 드론이 날아다니며 직접 건축물 만든다. 또 다른 드론 하나는 함께 날아다니며 카메라로 건축물 건설이 설계대로 진행되는지 점검한다.
연구팀은 “설계도만 주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드론들”이라며 “하나의 드론이 건설에 나서고 다른 드론이 그 건축물을 측정하고 다음 건축 단계를 알려주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건설 드론을 활용해 2.05m 높이의 실린더를 시험 삼아 만들었다. 폴리우레탄 기반 폼을 건설자재로 사용해 72개 층으로 쌓았다. 시멘트를 활용한 건축물도 만들었다. 28개 층으로 구성해 18cm 높이의 실린더를 만들어 냈다. 이 실린더들은 설계와 5mm 오차 범위 내의 차이를 유지했다. 이는 영국 건축물 건설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연구팀은 건설 회사와 협력해 개발한 드론을 실전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드론은 전통적 건축 방식에 비해 미래 건설 비용과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주택이나 중요한 기반 시설에 대한 건물 건축을 도울 것”이라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건설 드론 시장 규모는 2019년 48억달러(약5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2027년 약 120억달러(약13조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드론 시장을 이끄는 기업들로 미국 아이덴티파이드테크놀로지, 미국 3D 로보틱스 등이 있다.
윤준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스마트건설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시공과 동시에 드론을 활용한 검측이 가능하다는 점은 미래 건설 자동화에도 기여한다”며 “건설 비용 최적화, 근로자 안전성 확보, 최상의 의사결정 등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고재원 기자
출처: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