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세계도시정상회의’서 스마트 시티 비전 발표…자연 친화적인 지상은 ‘사람 중심 공간’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스마트 시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교통을 비롯해 행정, 주거, 에너지 등 도시 인프라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도시를 말한다. 인구 밀집에 따른 환경 오염, 교통 혼잡, 에너지 부족 등 각종 문제가 매년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세계 각국 정부는 주요 도시를 디지털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른바 ‘똑똑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스마트 시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완전 자율주행차 실현을 위해서는 첨단 ICT에 기반한 스마트 시티가 구축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번 달 3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개최된 ‘2022 세계도시정상회의(WCS, World Cities Summit)’에서 스마트 시티 비전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시티와 관련해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물류, 에너지, 자연 등 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솔루션을 연구해 왔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이동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시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미래 담은 ‘미래 도시 비전’ 구체화 WCS는 세계 각지의 도시 관계자와 정·재계, 학계 인사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싱가포르 ‘살기좋은도시센터’(CLC)와 ‘도시재개발청’(URA) 주관으로 2년마다 개최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WCS에서 ‘HMG 그린필드 스마트 시티 마스터 모델’ 축소 모형물을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 마스터 모델은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이상적인 미래 도시 비전을 구체화한 콘셉트로, 그린필드 스마트 시티는 최초 설계부터 스마트 시티로 설계된 도시를 말한다. 이번 정상회의 패널로 참석한 지영조 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담당 사장은 스마트 시티 비전 발표 자리에서 “HMG 그린필드 스마트시티 마스터 모델은 인간 중심 도시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비전”이라며 “현대차그룹은 기술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미래 도시 구상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번에 전시한 마스터 모델은 현대차그룹이 미래 도시의 형태에 대해 고민해온 결과물이다. 향후 확장성을 고려한 벌집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지상은 사람 중심, 지하는 기능 중심으로 설계됐다.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활용한 물류, 친환경 에너지 시설 등 주요 인프라는 지하에 위치해 지상을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남겨두고 도시 어느 곳에서든 보행거리 내에 자연이 위치하는 구조로 사람과 자연을 연결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건물은 용도와 밀도에 따라 구분되고 자연에 가까울수록 밀도가 낮아져 도시 어느 곳에서나 자연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마스터 모델을 구체화하고 더 나아가 인간 중심적이고 자연과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은 도시를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항공 모빌리티와 지상 모빌리티 솔루션이 도시 경계를 재정의하고 사람들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연결해 도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WCS가 진행되는 싱가포르에 이노베이션랩의 역할을 수행할 ‘현대차그룹 글로벌혁신센터’(HMGICs)를 구축 중이다. 또 싱가포르 산업·공업단지와 관련 시설의 계획·개발·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산하기관 JTC와 업무 협약(MOU)을 맺고 스마트 시티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스마트 시티 사업 관련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종착지는 스마트 시티 스마트 시티가 부각되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에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각국의 도시화는 앞으로 더 빠르게 진행돼 2050년에는 전 세계 도시화율이 70%에 달할 전망이다. 약 100억명에 달하는 인구 중 70%가 도시에 모여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 10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메가 시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양적 팽창으로 인한 도시 문제를 해소할 새로운 대안이 스마트 시티”라며 “각 분야 전문가들은 스마트 시티로 전환하는 것의 핵심 기술이 모빌리티라고 말하는데, 스마트 시티가 생활 방식은 물론 자연 환경과 교통 등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상호 연계를 통해 글로벌 스마트 시티 구현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가 유럽 내 스마트 시티 전환의 선두에 서 있다. 특히 핀란드 칼라사타마는 시·정부와 시민단체, 주민이 함께 개발한 스마트 시티로 주목받고 있다. 2013년 입주가 시작돼 현재 4000여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고 스마트화는 2030년쯤 완료될 예정이다, 칼라사타마의 대표적인 스마트화는 아파트 단지 내 운행되는 자율주행 버스라고 할 수 있다. 최근까지 ‘소흐요아’라는 무인 버스가 주민 통근·통원의 라스트 마일(운송 서비스 마지막 단계) 모빌리티로 활용되고 있다. 목적지까지 트램, 버스, 공공 자전거 등이 연계된 최적의 이동 수단과 경로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상용화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AMR은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이 2019년부터 연평균 39.5%씩 성장해 2026년에는 556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자율주행차 판매가 지난해 5만 1000대에서 2040년 337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종착지에는 스마트 시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기술 고도화와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며 “기본적으로 차세대 도로 인프라와 지능형 교통 체계를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도시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스마트 시티의 초기적인 형태로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등의 자동차기업들이 스마트 시티 구축에 참여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모빌리티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과정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술적 신뢰도가 함께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 출처 : 주간한국(http://weekl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