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저널 전찬민 기자] 건설사업은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서 최상의 품질을 가진 목적물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임에도 우리 건설산업은 잦은 안전사고와 부실시공, 그리고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고위험/저효율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옥외산업이면서 노동집약적이고,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산업에 적용되는 스마트기술은 건설산업의 해묵은 생산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본연의 건설사업 목적 즉, 생산성·안전성·품질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개발되고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최근 건설산업은 스마트건설기술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음에도 일부 대형 건설기업을 제외하면 기술의 활용은 아직 도입단계에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9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201개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BIM을 포함한 8개 스마트 건설기술 중 1개 이상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은 평균 15.4%로 나타났으며, 향후 5년 이내 도입할 계획인 기업도 25.8%에 불과했다. 또한, 건설산업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언급되는 BIM에 대해 ‘모른다’라고 응답한 기업 비율이 약 30%를 차지할 만큼 건설산업의 기대와는 충격적인 차이를 보였다.
스마트팩토리 등 스마트기술의 활용도가 높은 제조업의 경우 제한된 공간 내에서 반복적인 작업이 이뤄지기에 상대적으로 작업 환경을 통제하는 것이 용이해 혁신기술을 활용한 표준화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건설산업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공종 간 작업 순서와 시간도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통제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높아 스마트기술의 활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건설사업은 대부분 일회성 사업으로 정형화와 규격화가 힘들어 표준화, 정보화를 통한 스마트기술 적용을 통한 효율성을 도모함에도 한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특성에 기인해 타 산업보다 스마트화가 더디게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건설산업은 ‘선판매·후생산’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수주산업으로, 생산자인 시공자가 소비자의 니즈를 고려해 제품을 제작·판매하는 것이 아닌, 발주자(소비자)가 원하는 시설물(제품)을 결정하고 시공자는 이에 따라 건설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기술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적용 여부는 이미 생산과정 이전, 즉 시공단계 이전에 대부분 결정되게 된다.
이러한 전통적인 건설산업의 생산시스템 내에서는 혁신적인 신기술 도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스마트건설기술을 활성화할 수 있는 프리콘(Pre-Con)이나 통합프로젝트발주방식(Integrated Project Delivery, IPD)과 같은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수영 실장(사진)은 “과거 CAD가 국내 건설산업에 도입될 당시 활성화의 주체는 민간이었고, 지금보다 인터넷 활용도가 낮아 정보력에 한계에 있던 당시에도 CAD는 민간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며 “최근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건설기술도 결국 필요한 기술이 민간중심으로 개발되고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의 활용 주체인 민간기업은 투자를 지속해 기술력을 확보해야 하며, 정부는 이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로 스마트건설이 활성화될 수 있는 선제적인 인프라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올해 7월에 출범한 민간주도·공공지원 방식의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는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22년 기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402명으로 전체산업(874명)의 46.0%를 차지했으며, 근로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를 나타내는 사고사망만인율도 건설산업은 1.61·로 전체산업 평균(0.43·)보다 약 3.7배 높을 만큼 위험한 산업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건설산업에서는 스마트건설기술 적용을 통한 사고저감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고의 위험성은 크게 발생가능성(Probability), 사고강도(Severity), 노출(Exposure)로 결정되며, 건설사고 저감을 위한 스마트기술도 이러한 3가지 요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스마트안전기술 중 하나로, 지능형 CCTV나 충돌협착 방지장비를 비롯한 각종 위험경보 기술은 근로자의 위험한 행동이나 시설물의 위험한 상태를 미리 감지하고 경고함으로써 사고의 발생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스마트 에어백 조끼 등은 사고 발생 시 근로자가 입을 수 있는 사고의 피해 정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모듈러공법과 같은 공장제작 방식은 근로자의 현장 노출자체를 줄임으로써 사고의 위험성을 크게 저감할 수 있다. 아직 이러한 기술들은 도입 초기단계에 있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향후 건설사고의 위험성을 크게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 실장은 “건설산업은 젊은 세대에게 여전히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이 낮으며 안전사고도 많은 재래식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의 이미지 전환을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디지털화가 꼭 필요하다”며 “MZ세대는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술 활용에 능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이며, 디지털 환경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싶어 한다. 즉, 건설산업이 디지털 첨단산업으로 변화해야만, MZ세대는 건설산업에 호감을 가지고 주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발전은 산업생산성을 증대시켜 왔으며, 산업 더 나아가 사회 변화를 주도해 왔다”며 “스마트건설기술은 우리 건설산업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고 이미지를 전환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래 건설산업은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건설기술로 인한 사업참여 주체간의 역할, 제도변화 등을 통해 생산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미래 건설기업은 스마트건설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생존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스마트건설기술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출처 : 공학저널(http://www.engjourn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