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안전으로 행복을 짓다] (2) '중대재해 감축' 앞장서는 건설사
2년 넘게 중대재해 없는 호반건설…현장 내 안전 확보 위한 ‘3무 3행’ 운동 활발
중대재해 발생 이후 안전보건예산 추가 투입한 태영건설…지난해 중대재해 ‘0’
지난해 일터에서 사망한 644명 중 절반이 넘는 341명이 건설현장에서 사망했다. 감소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근로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브릿지경제는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호반·태영건설 건설 현장을 찾아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직접 살펴보고 회사 관계들로부터 그 노하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호반형 안전보건관리체계’로 2년 넘게 중대재해 없는 호반건설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9일 이른 아침. 호반건설이 경기도 화성시에서 시공하는 B2 호반써밋 시공 현장 내 조회장에 근로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미 새벽부터 작업을 진행하던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근로자들은 협력업체 별로 줄을 선 채 체조를 시작으로 아침조회를 진행했다.
협력업체별로 당일 진행될 작업 사항을 안내받은 근로자들은 새로 만들어진 이동식 낙방 방지장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장치는 화물차 상부에서 짐을 내릴 때 옆으로 떨어져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또 비가 와 물기가 있는 만큼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안전협의체를 통해 제시된 근로자 휴게실을 추가 설치했다는 안내가 뒤를 이었다.
호반건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이던 2020년 11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2년 7개월여 동안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도급순위 20대 건설사 가운데 2년 연속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유일한 회사다.
사내에서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바탕으로 한 현장 소통을 중심으로 한 ‘호반형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운영되고 있어 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서는 현장의 정리정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규재 현장소장은 “근로자 참여중심의 안전시스템을 구축해 안전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현장 내 안전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일하고 싶은 환경을 통한 안전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구성원 모두가 안전활동을 실천하고 있는데, 안전보건조직뿐만 아니라 설비·전기·토목 관리조직, 건설관리조직 모두 안전점검을 나가 문제점은 없는지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오전·오후별로 조를 나눠 점검을 한 뒤 그 내용을 공유하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은 곧바로 개선해 사고 발생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무엇보다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3무 3행’ 운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이는 통로내 야적·잔재물 방치·작업장 분진이 없는 ‘3무’와 통로확보·분리수거·청소 살수를 진행하는 ‘3행’을 뜻한다.
또 협력업체 직조반장을 통한 현장 근로자와의 소통에도 나서고 있다. 일례로 폐기물 적재함이 너무 높아 불편하다는 우려가 나오자 적재함 전용 발판을 설치하거나, 하루 종일 서 있어 피로감이 크다는 유도원·신호수의 지적에 쉼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건축공사 특성 상 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외국인 근로자인데,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 있다. 이 소장은 “대부분 본사 직원을 관리감독자로 정해놓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소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근로자들과 함께 일해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대화가 가능한 직조반장을 관리감독자로 선정해 실시간 소통하고, 중점관리사항을 전파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본사 안전관리 부서의 담당자 대부분이 현장에서 안전보건관리 경험이 충분히 가지고 있어 대부분 잔뼈가 굵은 경우가 많다”며 “작은 사항조차 현장 이행 가능성을 고민해 전달하는 만큼 효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것이 호반건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 활용해 중대재해 ‘제로’ 이끄는 태영건설
7일 새벽.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경기 여주 소재 양평~이천간 도로건설공사 제4공구 현장에도 근로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매달 진행하는 안전점검의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곽호용 현장소장의 “안전제일과 선안전·후시공 원칙은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행복을 지키는데 필수”라는 당부를 들은 채 팀별로 모여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Tool Box Meeting)에 나섰다.
TBM 과정에서 터널 공사를 위한 발파 등 이날 진행할 작업에 대해 설명한 작업팀장은 “현장이 협소하니 운전할 때 조심하고, 터널 내부에 진입할 때 안전모 등 개인 보호장구 착용에 유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TBM을 지켜본 이호준 안전팀장은 “건설업 근로자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은데, 말하는게 익숙하지는 않다. 항상 작업을 지시받아 왔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화하기 어려워 하는 만큼 1대1로 다가가 문제점을 확인하고 있다. 평소에 안부를 물으며 사고 발생 위험을 확인하고, 아차사고(사고가 발생할 뻔 했으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는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이던 지난 2021년 1~3월 매월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나섰고, 2억4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처벌을 받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안전보건목표와 경영방침을 전사에 공유하고, 법정 안전보건관리비 외에 추가로 안전보건 예산을 투입했다. 또 전년에 발생한 재해를 분석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공유하고, 근로자 의견 청취 등을 통해 중대재해 감축에 나섰다. 그 결과로 지난해에는 단 한차례의 사망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현장에서는 위험한 작업이 많은 토목공사 특성에 따른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이전에는 터널 공사 현장에 들어갈 때 근로자가 자신이 현장 내부에 들어갔다는 표시를 별도로 해야 했지만, 이제는 자동 출입관리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것이다. 또 근접경고센서가 사람만 감지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영상 인식 시스템을 도입, 중장비로 인한 위험도 줄이고 있다.
특히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활용한 시공관리 플랫폼이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BIM은 기존의 평면도면 설계를 3차 가상공간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다. 이 팀장은 “업무 편의성이 좋아진 것에 더해 보건안전 측면에서는 장비의 위치에 따른 위험요인을 예측할 수 있다”면서 “이를 활용해 터널 내 다양한 기준의 정보를 살펴볼 수 있고, 막장면의 암반에 대한 다양한 특성을 조사해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매일 오후 5시에 진행하는 일일안전회의인 DSFM(Daily Safety First Meeting)을 활용, 사고가 대폭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전날 회의에서 나온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가 마무리 됐는지, 오늘은 어떤 위험요인이 새로 나왔는지, 내일은 무슨 위험작업이 있는지 3단계로 살펴보고 있다”며 “근로자들과 함께 매일 위험성평가를 진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여주=김성서 기자 biblekim@viva100.com
출처:브릿지경제